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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Gom bros.

출산 임박한 길냥이

http://heminesque.tistory.com/392 : 윗집고양이
쓰레기 내놓으려고 현관문 열자마자 우다다 뛰어 들어온 냥이라고 작년 겨울에 포스팅했던 저 사진 속 고양이가 지금 길냥이가 됐다. 윗집이 이사가면서 쟤네'들'을 버리고 갔다. 쟤네'들'이라고 복수를 강조하는 것은 이 동네에 버리고간 고양이가 비단 저 한 마리만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2년 채 안 살았지만 윗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를 족히 5마리는 넘게 봤다. 종류도 다양했다. 페르시안, 코숏, 믹스 등등. 처음에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집인가봐 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고양이들이 너무 자주 바꼈다. 더 이상한 건 새로운 아기 고양이가 오면 그 전에 있던 (덩치가 꽤 자란) 고양이는 안 보인다는 것이다. 안 보이는 애들 중 몇몇과 비슷하게 생긴 고양이를 동네에서 보기도 했는데, 그러려니 했다. 말로만 듣던 동물을 귀여울때만 키우고 버리는 그런 동물학대하는 집이 아니냐고 동생과 농담조로 몇 번 이야기 하고 넘어갔다. 사실 의심쩍은 구석이 한 두 개가 아니었지만, 큰 고양이들이 윗집 문앞에서 울어대면 문을 열어주는 소리도 한번씩 들렸기 때문에 고양이를 방목하면서 키우나 쓸데없이 특이하다고 생각하고 말았다. 그렇게 생각하는게 편했다. 남의 집 고양이를 이래라 저래라 집에서 키워라 마라 할수도 없는 노릇이니깐.


얼마전에 그 윗집이 이사를 갔는데 고양이 우는 소리가 유독 계속 들려서 나가보니 이사가고 텅 빈 윗집 문앞에서 사진 속 저 고양이가 울고 있었다. 행색을 보니 길에서 산지는 꽤 되어 보였다. 건물 주인을 통해서 이사간 윗집과 연락을 해봤는데, 고양이가 안보여서 그냥 갔댄다. 뭐시라? 안보인 고양이가 이 한마리만은 아닐텐데? 고양이가 또 보이면 연락달라고 말하긴 하는데 말투를 보면 찾고 싶은 의지 같은 것은 애초에 없어 뵈더라. 얘를 발견하고 제일 놀랐고 화났던 것은 이 고양이가 임신을 해서 출산이 곧 임박한 몸이란 건데, 얘를 다시 거기로 보내봤자 1. 이 상태로 다시 그 동네의 길냥이가 된다 2. 그 변태집구석이 아기고양이는 좋아하니 출산할때까지는 보살피다가 출산 후 얘는 다시 길바닥으로 보낸다 3. 태어난 새끼들은 좀 키우다가 또 덩치가 커지면 역시나 길바닥으로 보낸다, 이상 3개 결론 밖에 안나오는데 3개결론 어느 하나 좋을게 없다. 저노무 변태집구석은 생각할수록 빡친다. 저 인간들이 버리고 간 길 위의 고양이들을 생각하면 (뭐 마땅한 비유는 아니지만) 당장 고려장을 부활시켜서 1순위로 저 집구석을 통채로 갖다 버려도 성이 안찬다.


고양이는 처음에는 경계를 하더니 그래도 사람 손 탔던 애라서 지금은 애교 부리고 잘 따른다. 이젠 윗층 안 올라가고 우리집 앞에서 새벽 6시경, 저녁 8시경 하루 두번 울어댄다. 울면 나가서 사료를 챙겨주는데 챙겨 주고 들어올 때 마다 마음이 안 좋다. 나가면 갸르릉 거리며 너무 좋아해서 2-30분 정도씩 만져주고 들어오는데 그렇게 들어올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안 좋다. 집에 들어오면 팔자 좋게 늘어져 있는 곰식, 곰동과 대비가 되서 더 마음이 안 좋다. 지금쯤이면 자주 다니는 곳에 출산할만한 조용한 자리 쯤은 찜해놨겠지, 싶으면서도 행여나 길바닥에서 급출산해서 새끼나 산모나 둘다 어떻게 되면 어쩌나 걱정이다. 후에 다른 곳으로 입양 보내더라도 출산은 안전하게 해야 않겠나 싶어서 우리 집에도 들여봤는데, 우선 울 집에 있는 곰식, 곰동 두 놈이랑 하악질 해대며 신경전을 너무 벌이고, 벌써 집밖 길이 더 익숙한건지 문 열어달라고 현관앞에서 계속 울고 문 열어주면 잽싸게 나가버린다. 임신한 상태라 스트레스 주면 안되는데 오히려 얘한테는 울 집에 있는게 더 스트레스같아 집안으로 들일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베스트는 이 고양이가 출산장소로 찜해 놓은 곳을 내가 알아내서 거기에 출산용박스를 갖다두고 나면 얘가 쥐도새도 모르게 박스에서 편안하게 출산을 하고, 내가 산후조리 사료, 영양 셔틀을 하면 되는 것인데!! 밥달라고 하루 두번 찾아올때 빼고 나머지 시간에는 쟤가 어디서 뭘하는지 알 수가 없으니 아놔.. 동물농장에 연락을 해서 행동반경 추적이라도 해야하나 하고 농담하기엔 출산이 정말 오늘 내일 하는 상황이다. '고양이가 너무 안스럽고 예쁜데 저도 이미 집에 냥이를 키우고 있어서요'나 '좋은 분 만나길 바래요' 같은 길냥이 게시물에 단골 댓글 말고 "출산 가능한 환경임, 당장 출산은 제가 책임지겠슴!!" 하는 사람이 바로 나타난다는 보장만 있다면, 어디다가 글이라도 올리고 싶다.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걸 왜 여기와서 다시 울었니 아오. 니 땜에 언니가 마음이 힘들다.


동물병원에 요청하면 길냥이 출산 봐주나?
몸상태 봐서는 일주일 안에 출산 임박인 것 같은데 출산만이라도 시켜줄 수 있는 현재 키우는 고양이가 없고, 조용한 원룸 같은데 혼자 사람 어디서 구할 수 없나?
아니면, 
다른 길냥이들처럼 얘도 어느 길바닥 구석에서 쑴뿡쑴풍 새끼 잘만 낳을꺼다 그게 고양이의 습성이니까 쓸데없는 걱정 집어치우고 냅두고 공부나해라, 라고 누가 말이라도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