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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Gom bros.

곰동 이야기

2011년 8월 12일 오후 5시 30분 경 우리집 둘째 고양이 곰동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곰동이는 어릴적부터 다리를 저는 습관이 있었는데 병원에선 어릴적엔 놀다가 단순히 접지르기도 한다고 갈 때마다 그렇게만 이야기 해서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굳이 멀쩡한 애 엑스레이 찍을 필요도 없다고 해서 엑스레이도 찍어본 적이 없다. 그렇게 지금까지 곰동이는 간간히 다리를 불편하게 절다가도 금방 괜찮아졌고 우리 역시 여태 그랬던 것 처럼 지켜보면서도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그러다가 지난 8월 4일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에 곰동이가 양쪽 뒷다리를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몸을 끌다시피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껏 봤던 모습 중에 가장 힘들어보이는 모습이었고, 그게 너무 충격적이고 걱정이 되서 급하게 병원을 찾았다. 엑스레이를 찍었고 슬개골탈구 2기에서 3기 진행중이라고 했다. 선천적인 원인일것이라고 했고, 이미 탈구가 진행된 이상 더 나아지진 않기 때문에 수술을 해주는게 좋다고 했다. 고양이에게 흔하진 않지만 단순 외과 시술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고 했고 수술후 옆에서 잘 지켜봐주고 회복을 도와주면 걱정할게 없다고 했다. 수술날짜는 8월 12일 오후 4시로 정해졌고, 당일 오전 8시부터는 금식을 했다. 수술전 혈액검사 결과는 너무 좋았다. 모든 수치가 정상이라서 곰동이가 건강하단 생각에 기분이 좋기까지 했다. 여느 고양이 답지 않게 의젓하게 피 뽑는 모습이 대견스럽기까지 했다. 의사 선생님도 이렇게 순한 애가 다 있냐면서 칭찬을 했다. 수술은 5시부터 7시까지 두시간 정도 진행될 것이고, 수술이 끝나면 전화를 줄테니 집에가서 기다리라고 했다. 고양이를 6년째 키우면서 중성화 수술 외에 수술은 처음이라 이것저것 걱정이 많아서 끊임없이 질문하는 내게 의사선생님은 보호자분이 그렇게 걱정안하셔도 된다고 긴장하실 필요 없는 수술이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그리고 끝으로 마취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고 그 이야기를 들을 때도 곰동이는 내 품에 얼굴을 박고 있었고 나는 곰동이 머리를 괜찮다 괜찮다며 계속 만져줬다 .결국엔 그 순간이 곰동이와의 마지막이 됐다. 사인은 마취 쇼크사였고, 수술 시작된지 30분이 지난 5시 30분 경에 곰동이의 심장은 손 쓸 새 없이 멈쳐버렸다고 한다. 정말 드문 케이스이고 어느 누구도 예상 못했던 상황이 벌어졌다. 의사선생님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수술 침대 위의 곰동이는 잠들어 있는 것 같았다. 그때까지 곰동이는 따뜻했고 그 귀엽던 발바닥도 말랑말랑했다. 실감이 안났다. 꿈같았다. 3시간전만해도 다리를 가끔씩 저는 것 외에는 어디하나 아픈 곳 없는 건강한 아이었다. 그랬던 아이가 그렇게 떠났다. 굉장히 슬픈 상황이라서 눈물이 계속 나는데 이유는 모르겠고 그러다가 곰동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면 화가 나고 미치겠고,수술을 결정한 내가 곰동이에게 너무 미안하고 또 그러다가도 그냥 평범한 금요일 같고 또 슬프고를 반복했다. 어떻게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다음날 경기도 하성에서 차갑게 굳어버린 곰동이를 마지막으로 만져주고 인사를 하고 화장을 시작했다. 40분이 지났고 곰동이는 자기 밥그릇보다 작은 유골함에 들어간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그제서야 실감이 났다. 이젠 더 이상 차가운 몸으로 눈을 감고 있는 곰동이는 없고, 이 유골함이 전부다라는 생각을 하니 모든 것이 현실이 됐다. 그렇게 또 4일이 지났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만 울기로 했다. 지난 4일간의 모든 상황이 곰동이의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운명이다. 곰동이의 운명이다. 4년전 화곡동에서 합정동으로 우리의 가족이 된 순간부터 마지막까지 그 모든게 곰동이의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우리가 무슨 복이 많아서 곰동이 같이 순하고 애교많고 예쁜 짓만 하는 고양이를 만났나 싶다. 너무 고맙다. 짧은 삶이었지만 그 운명의 시간을 딴 사람들이 아닌 우린 가족과 해줘서 고맙다. 고맙고 미안하다. 우리가 곰동이로 인해 웃고 즐거웠던 것 처럼 곰동이 역시 사는 동안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고양이였기를 바란다. 너무 사랑하고 고맙고 그리고 너무너무 보고 싶다. 우리 곰동이. 





곰동이는 캔사료보다는 건사료를 좋아하고, 엄청 자주 밥을 먹었다. 눈뜨면 가장 먼저 밥그릇으로 갔고, 똥 싸고 나와서도 곧장 밥그릇 앞으로, 같이 놀다가도 갑자기 멈추고 밥그릇 앞으로 갔다. 누가 자기 밥 뺏어 먹는 것도 아닌데 그랬다. 웃기고 귀여운 놈이었다. 사료를 제대로 씹지 않고 삼키는 경향이 있어 그 버릇을 어떻게 고쳐야 하나 걱정이기도 했다. 또 화장실을 특히 좋아했다. 흐르는 물이나 물방울 보는 것을 좋아한 것 같다. 샤워를 하고 나오면 기다렸다는 듯이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서 물 빠지는 것을 끝까지 쳐다보곤 했다. 화장실 문틈이 조금이라도 열려있으면 거기에 앞발을 넣고 머리를 들이밀어 비집고 들어온다. 변기에 앉아서 그 모습을 보면 정말 귀엽다. 그런 곰동이를 보고 싶어서 볼일을 볼 때 사실 일부러 화장실 문을 제대로 닫지 않기도 했다. 정수기에서 갓 내려서 사료그릇에 담아주는 물 보다도 화장실 벽에 맺힌 물방울을 핥는 것을 좋아했다. 작은 혓바닥으로 귀엽게 홀짝홀짝 열심히도 핥았다. 그 모습도 참 귀여웠다. 날이 더울때는 옷방 행거 밑에서 몇시간씩이고 자곤했는데 구석에 박혀서 자다가도 만져주면 자면서도 가르릉가르릉 거렸다. 곰동이는 가르릉 소리가 엄청컸다. 동글동글한 머리를 쓰다듬어주거나 턱밑을 살살 만져주면 그게 좋아서 가르릉가르릉 거렸다. 곰동이는 코고는 소리가 사람보다 컸고, 똥냄새도 엄청 독했다. 어릴적에는 방귀냄새가 하도 독해서 병원에서 시켜준 대로 배를 맛사지 하듯이 살살 만져줬었다. 한동안은 곰뿡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방귀를 껴도 똥냄새가 독해도 뭘해도 곰동이는 귀여웠다. 꾹꾹이는 잘 못했다. 사람한테 꾹꾹이를 하지 않고 꼭 침대 구석에서 이불 위나 곰인형 발에다가 꾹꾹이를 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많이 웃었다. 너무 순해서 발톱을 깎아줘도, 털을 밀어줘도 그걸 보면서 가르릉 거린다. 뭐 이런 고양이가 있나 싶을 정도로 순했고, 곰동이랑 사는 4년 동안 하악질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렇게 순했다. 오뎅꼬치에 달린 방울 소리, 밥그릇에 사료 붓는 소리가 나면 집 어디에 있었던지 간에 손살같이 튀어나왔다. 오뎅꼬치를 흔들어주며 같이 노는 것을 좋아했다. 곰식이와도 잘 지냈다. 둘이 우다다 거리면서 온 집안을 헤짓고 다니다가도 언제 그랬냐는듯이 서로 그루밍 해주고 부둥켜서 잠자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참 기분이 좋았다. 행복했다. 두루마리 휴지를 물어 뜯어서 종종 집안을 어지럽히고, 책상위에 올라가서 A4종이를 찟고, 보드에 꽂혀 있던 압정을 이빨로 빼내는게 곰동이의 나쁜 습관 중 하나 이긴 햇지만, 제대로 야단을 친 적은 없었다. 버릇이 나빠지던 말던 뭘해도 곰동이는 귀여웠으니까. 나는 곰동이 곰식이와 하고 싶은게 있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내 결혼식에 곰식 곰동이가 나비넥타이를 하고 하객들을 맞아주는 것을 상상했었고, 당연히 결혼식 가족사진을 함께 찍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곰식 곰동이의 마지막은 내 아이들과 함께 지켜주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내 어린 아이들과 늙은 곰식 곰동이가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상상했었다. 생각해보면 곰동이는 우리를 엄청 좋아해준 것 같다. 우리에게 얼굴이나 몸을 부비는 것을 좋아했고 자기를 만져주는 것을 좋아한것 같다. 둘째지만 곰식이와는 다른 그 엄청난 애교때문에 오히려 더 살가운 놈이었다. 그렇게 곰동이는 사랑 받는 고양이었다. 사랑스러운 우리 고양이었다. 곰동이는.